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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02-07(화) 수궁가 가운데 토끼 화상 대목~별주부 모친 만류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263
  • 작성일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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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왕에게 상소를 올리거늘 왕이 받아보시고 칭찬허시되, "네 충심은 지극허나 수국의 짐승이 인간을 나가면 재미가 없다헌디 너를 보내고 내 어찌 안심할소냐?" 별주부 여짜오되 "소신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강상에 높이 떠서 망보기를 잘하오니 무슨 봉폐(逢弊) 있사오리까마는 수국의 소생이라 토끼 얼굴을 모르오니 화상이나 한 장 그려주옵소서" "글랑은 그리하라. 여봐라! 화가을 불러들여라"

<중중모리>

화가를 불러라. 화가를 불러들여 토끼 화상을 그린다. 동정유리청홍연(洞庭琉璃靑紅硯) 금수추파(錦水秋波) 거북 연적(硯滴) 오징어로 먹 갈어, 양두화필(兩頭畵筆)을 덤벅 풀어 단청 채색을 두루 묻히어서 이리저리 그린다. 천하 명산 승지(勝地) 강산 경개 보던 눈 그리고, 봉래 방장 운무중에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난초 지초 왼갖 향초 꽃 따먹든 입 그리고, 두견 앵무 지지 울 제 소리 듣던 귀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 펄펄 뛰든 발 그리고, 대한엄동 설한풍 어한허던 털 그리고, 두 귀는 쫑긋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신 꽁뎅이 묘똑. 좌편 청산이요 우편은 녹수인디, 녹수청산에 애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 속. 들랑날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걷난 토끼. 화중퇴(畵中兎) 얼풋 그리어 아미산월으 반륜추(峨眉山月半輪秋) 이어서 더할손가. 아나 엿다 별주부야 니가 가지고 나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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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리>

별주부가 화상을 받아들고 어데다 넣어야 물이 한 점 안묻을까? 하고 곰곰히 생각허다 한 꾀를 얼른 내여 목을 길게 빼고 목덜미에다 화상을 턱 붙여 놓고 목을 움추리며 자아 이만허면 수로 만리를 다녀와도 물 한 점 묻을 길이 없겠구나. 용왕께 하직허고 저희 집으로 돌아오니 별주부 모친이 주부 세상 간다는 말을 듣고 못 가게 만류를 허시는디

<진양>

여봐라 주부야 여봐라 주부야. 니가 세상을 간다허니 무엇허러 가랴느냐. 삼대독자 니 아니냐. 장탄식 병이 든들 뉘 알뜰히 구환허며, 내 몸이 죽어져서 오연으 밥이 된들 뉘랴 손뼉을 뚜다리며 휘여처 날려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가지 마라 주부야 가지를 말라면 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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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라 허는디는 수중 인갑(鱗甲)이 얼른허면 잡기로만 위주를 헌다. 옛날에 너의 부친도 세상 구경을 가시더니 십리사장 모래 속에 속절없이 죽었단다. 못 가느니라 못 가느니라. 나를 죽여 이 자리에다 묻고 가면 니가 세상을 가지마는 살려두고는 못 가느니라 주부야. 위방 불입(危邦不入)이니 가지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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