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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11-07(화) 흥보가 '흥보 놀보집 찾아가서 놀보에게 애걸하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65
  • 작성일2023.11.20

<아니리>

흥보가 이 말을 들으니 등에 찬물을 퍼붓은 듯 쥐덪이 내려진 듯 온몸이 벌렁벌렁 간담이 서늘허나 하인 말만 듣고 안 들어갈 수도 없어 에라 기왕 온길이니 인사나 드리고 갈밖에 수가 없다허고 놀보 집을 들어가 제 형이건만은 대청에는 올라가지 못허고 하정배로 뜰밑에 엎지며 아이고 형님 동생 흥보 문안이요.’ 놀보가 안석에 비식이 누웠다가 동생이란 말을 듣더니 한 손으로 안석 짚고 배앓는 말 머리 들 듯 비식이 들고 보더니 일어나 의관을 반듯이 쓰고 앉어 게 뉘시오~’ 흥보는 정말 몰라 그러는 줄 알고 아이고 지가 갑술년에 슬하를 떠난 흥보올시다’ ‘흥보~ 흥보, 흥보. 일년 세경 먼저 받고 모 심을 때 도망한 놈 그놈은 황보였고, 쟁기질 보냈더니 소 몰고 도망한 놈 그놈은 숭보였다. 거 암만해도 생각이 안 나는걸흥보 기가 맥혀 아이고 형님, 형님 함자는 놀자 보자 이옵고 형님 동생 흥보 올시다.’ ‘오 네가 바로 그 흥보놈이냐. 글쎄 이 도적놈아. 왜 또 왔느냐.’ 흥보 어이없어 형님 안녕허신지 문안이나 알고져 왔습니다.’ ‘야 그놈 핑계 한 번 좋다. 편찮으면 내 대신으로 니가 앓겟느냐? 내 대신 네가 죽겠느냐? 나 편헌 속 알았거든 썩 돌아가거라.’ 흥보가 그 말끝에 썩 나왔으면 허련마는 웬간헌 제 구변에 놀보 감동 시킬줄로 고픈 배 틀어잡고 눈물을 흘리면서 형님 앞에 애걸을 허는디

 

<진양조>

흥보가 비는구나 두손 합장 무릎을 끊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형님전의 비나이다. 형님이 저를 내보내심은 미워허심이 아니시라 형님 덕분으 유의유식(裕依裕食)사람 될 길 없게 되니 각설이 고생허면 행여나 사람 될까 생각허여 허심이니 그뜻을 어이 모르리까. 놀보가 제 추는 말은 장히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 말은 썩 구미에 댕겨 아무렴 그렇지 사람 되라 헌 일이지 미워서 쫓았을까형님 슬하를 떠날 적의 부부언약 허옵기를 밤낮으로 품을 팔아 돈관이나 모으거든 흰떡 치고 찰떡 치고 영계 잡어 웃짐 얹어 내 등의 짊어지고 찹쌀 청주 웃국 질어 병에 넣어 잔을 들고 형님댁의 들어가서 형님 형수 잡숫는 것 기어이 보고 오세. 놀보가 음식 말을 듣더니 입맛을 다시고 침을 꿀꺽 삼키면서 그 말은 추는 소리가 음 그렇지 그래야지. 단단맹서 허였더니만은 어찌 그리 무복한지 밤낮으로 다스려도 돈 한푼을 못 모으고 원치 않는 자식들만 아들이 스물아홉. 놀보가 뒤로 물러앉으며 군소리로 허는 말이 박살할 놈 그러니 다른 일할 틈이 있어야 돈을 벌지식구가 이러허니 어이 연명 허오리까? 그제 저녁을 굶은 처자 어제 아침을 그저 있고, 어제 저녁도 굶은 처자가 오늘 아침도 못 먹었으니 만석꾼 형님 두고 굶어죽기가 억울하오. 쌀이 되거든 한 말만 주옵시고 벼가 되거든 두말만 주옵시고 돈이 되거든 한 냥만 주옵시고 그도 정 못하시면 식은 밥이나 싸래기나 지게미나 몽근겨나 한 가지만 주시어도 여러 날 굶은 처자들을 구원허여 살리겠나이다. 형님 덕택의 살려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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