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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4-01-16(화) 흥보가 '밥타령~돈타령'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79
  • 작성일2024.01.24

<아니리>~ 우리가 쌀본짐에 밥 좀 해먹고 박을 타던지 궤짝을 떨어 붓던지 해보자. 우리 권솔이 모두 몇이냐. 자식놈들 스물아홉 우리내외 도통 합이 서른한명이로구나. 우리가 이렇게 굶주리다가 한 앞에 쌀 한섬씩 덜 먹겄냐. 쌀 설흔한섬만 밥을 지어라.” 동내 가마솥 있는 집을 찾아다니며 밥을 꼬드밥찌듯 쪄서 삯군을 사다 져다붓고 져다붓고 헌것이 거짓말좀 보태면 밥더미가 남산뎅이만 허든 것이었다. 흥보가 밥먹으라는 영을 내리는디, “네 이놈들 체헐라 조심히 먹으렸다. , 먹어라.” 해놓으니, 이놈들이 우 허더니 온데 간데가 없지. “아이고 이놈들 다 어디 갔느냐.” 흥보 내외는 자식들을 찾느라고 야단이 났는디 조금 있다가 보니 이놈들이 모두 밥속에서 튕겨쳐 나오는디 어찌허여 밥속에서 나오는고 허니 이놈들이 어떻게 밥에 환장이 되었던지 밥먹어라소리에 우 허고 밥속에가 총철환 백히듯 꽉 백혀가지고 저 속에서 당창 벌거지 콧속 파먹듯 속에서 밥을 파먹고 나오던 것이었다. 흥보는 자식들 같이 그렇게 조백없이 먹을 수가 없어 밥보고 인사를 허는디 노담부터 나오든 것이었다. “밥님 너 참 본지 오래다. 네 소행을 생각허면 대면도 하기 싫지만은 그래도 그럴 수가 없어 대면은 하거니와 원 세상에 사람을 그렇게 괄세한단 말이냐. 에라 이손 섭섭타 섭섭혀.”

<자진모리>

세상인심 간사허여 추세를 헌다헌들 너같이 심할소냐. 세도집 부자집만 기여코 찾어가서 먹다먹다 못다 먹으면 도야지 개를 주고 떼거위 학두루미와 심지어 오리떼를 모두 다 먹이고도 그래도 많이 남어 쉬네 썩네 허잖더냐. 날과 무삼 원수로서 사흘나흘 예사 굶겨 뱃가죽이 등에붙고 갈빗대가 따로 나서 두 눈이 캄캄허고 두 귀가 멍멍허여 누웠다 일어나면 정신이 아찔아찔 앉었다 일어서면 두 다리가 벌렁벌렁 말라 죽게 되었으되 찾는 일 전혀 없고 냄새도 안 맞히니 그럴 수가 있단 말이냐 에라 이 괘씸헌 손 그런 법이 없느니라. 한참 이리 준책터니 도로 슬쩍 달래는디 흐흐 그것참 내가 이리 했다 해서 노여워 아니 오랴느냐. 어여뻐 헌말이지 미워헌 말 아니로다. 친구가 조만없어 정지후박에 매었으니 하산견지만만야요 떨어져 살지말자. 에게게 내 밥이야 옥을 준들 널 바꾸며 금을 준들 바꿀소냐. 에게게 내밥이야 제발 덕분에 다정히 살자. 새정이 붙게 허느라 이런 야단이 없었구나.

 

<아니리>

한참 이리 노담을 허더니만 흥보가 밥을 한 번 먹는디 흥보집에 본래 숫가락은 본래 없거니와 하도 좋아서 손으로 밥을 뭉쳐 공중에다 던져놓고 죽방울 받듯 입으로 딱 밥을 받어먹는디 입으로 받어만놓으면 턱도 별로 놀릴것 없이 어깨 주춤 눈만 끔적허면 목구멍으로 바로 밀어닥치든 것이었다.

<휘모리>

흥보가 좋아라고 흥보가 좋아라고 밥을 먹는다. 밥을 뭉쳐 공중에다 던져놓고 받어먹고, 밥을 뭉쳐 공중에다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배가 점점 불러오니 손이 차차 늘어진다. 밥을 뭉쳐 공중에다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밥을 뭉쳐 공중에다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던져놓고 받어먹고

 

<아니리>

흥보가 밥을 먹다 죽는구나.어찌 먹었던지 눈어덕이 툭 꺼지고 코가 뾰족허고 아래턱이 축 늘어지고 배꼽이 요강꼭지 나오듯 쑥 솟아나와 배꼽에서는 후춧가루같은 후춧가루같은 때가 두굴두굴 굴러내리고, 고개가 뒤로 발딱 자드라지며 아이고 이제는 하릴없이 나죽는다 배고픈것 보담 훨씬 더 못살겄다. 아이고 부자들이 배불러 어찌 사는고. 흥보마누라 기가 맥혀 아이고 이게 웬일이요 언제는 우리가 굶어죽게 생겼더니마는 이제는 내가 밥에 치어 내가 과부가- 되네. 아이고 이자식들아 너희 아버지 돌아가신다 어서 와서 발상을 허여라.이럴 즈음에 흥보가 설사를 허는디 궁둥이를 부비적 부비적 획 틀어놓으니 누런 똥줄기가 무지개살같이 운봉 팔영재 넘어까지 어떻게 뻗쳐놨던지 지내가던 사람들이 보고는 황룡 올라간다고모다 늘어서서 절을 꾸벅꾸벅 허는 것이었다. 이 대문에 이랬다고 허나 이는 잠시 웃자는 성악가의 농담이지 그랬을리가 있으리오. 여러날 굶은속에 밥을 먹어서는 않된다고 죽을 눌그럼허니 쑤어 한그릇씩 마시고 나더니 흥보도 생기가 돌아들어 돈 한뀌미를 들고 춤을 추며 노는디 이런 가관이 없든 것이었다.

<중중모리>

흥보가 좋아라. 돈을 들고 노는디. 얼씨구나 절씨구 절씨구나 좋을시구. 돈좋다 돈봐라 돈돈돈 돈봐라. 살었네 살었네 박흥보가 살었네 이놈의 돈아 아나 돈아 어디갔다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돈봐라.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같이 둥글둥글 도는돈. 돈 돈 돈돈돈돈돈 돈 봐라. 야 이놈아 큰자식아 건너 마을 건너가서 너희 백부님을 모셔오너라 경사를 보아도 형제 볼란다. 이런 경사가 또 있느냐. 엊그저께까지 박흥보가 문전걸식을 일삼터니 오늘날 부자가 되어 석숭이를 부러허며 도주공을 내가 부러헐까. 불쌍허고 가긍헌 사람들 박흥보를 찾어오소. 나도 오늘부터 기미를 줄라네 얼씨구나 절씨구. 여보아라 자식들아 야 이놈들아 춤을 추어라 이런 경사가 또 있나. 얼씨구자 돈 좋다. 돈 좋다 돈봐라.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얼씨구 좋을씨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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