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대학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구청사가 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하며 예술가와 시민 간 소통을 지원하는 매개형 열린 공간 <예술가의집>으로 바뀌었다. 1층에 있는 “예술나무 카페”에서는 매월 격주 수요일 밤 8시에 예술을 업(業)으로 삼고 사는 인사(人士)들이 출연 하여 특별한 주제도 없고, 정해진 질서도, 형식도 없이, 출연자와 관객이 직접 편안하게 그냥 함께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인 <하우스토크>가 작곡자이며 음악감독인 ‘박창수’의 사회로 조용히 열린다. 관람객이 출연자에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의문마저 생기는 ‘하우스토크’ 2016년 7월 13일(수) 출연자 소리꾼 ‘장사익’님이 약 2시간 동안 들려준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정리하며 현장에서 느끼었던 희열 속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음악은 장르(genre)를 떠나 정체성이 없으며 즐기면서 최선을 다할 뿐, 자신도 모르며, “이미 하였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노래를 부르고 싶고, 하나의 노래를 남기고 싶고, 하나의 콘서트를 하고 싶다.” 사회자 ‘박창수’가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냐 묻자 ‘님’의 답변이다.
자신을 ‘소리꾼’이라 부르는 이유는? ‘소리판’은 소리로 노는 마당을 말하며, ‘소리꾼’이란 국악에서 노래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명칭이지만, “대중음악을 하면서 한 복을 입고 다니다보니 ‘소리꾼’처럼 제대로 하라는 의미로 ‘소리꾼’ 명칭이 붙었다.”생각한다고 했다.
음악을 체계적으로 공부 하지는 않았고, 학교에서 음악시간과 젊은 시절 잠시 유행가 가수 공부를 하면서 악보 보는 법과 발성법을 공부한 것이 전부로 자신의 음악은 자신의 삶을 노래하기에 작곡을 하여 악보를 보고 익히는 음악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흥얼거리며 함께하다, 그때그때 녹음을 해 두었다가 전문가를 불러 악보로 그리고, 형태를 갖춘 음악이라 ‘라이브’에서 즉흥성이 강하다했다.
스스로 생각하는 단점은 건망증이 심해 가사를 잘 까먹으며, 유행가 가사 외우는데 3년이 걸린다한다. 안산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 ‘임꺽정’ 노래를 부르는데, 오케스트라 반주가 이어지며 2절이 끝날 때 까지 가사가 생각나지 않아 못 부른 적도 있다하였다.
속과 겉이 다른 사람, 폼(form)을 잡는 사람을 싫어하며, 많이 웃어서 얼굴에 주름이 생겼고, 웃으며 만들어진 주름살이라 아름다우며, 데뷔하여 첫 노래를 하고 다음날 ‘이것이 행복이구나,’하고, 그때부터 웃고 살며, 이때가 46세로 노래를 늦게 시작 하였단다.
젊은이들은 멀리 보고 살아야 한다 하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집 뒷산에 올라 했던 웅변 연습이 고등학교 때 까지 이어졌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음악을 했고, 군대에서도 노래를 불렀고, 1980년부터 국악을 하다, 이것들이 어우러져 꽃망울이 터졌으며, 이런 준비 과정 이었기에 ‘소리꾼 장사익’이 있다했다.
국악인 태평소연주자로 전국대회 장원(壯元)도 하였다는데, 태평소 연주는 안하는지? 관람객이 질문하자, ‘태평소’는 째즈적인 악기로 음악 연주에서 없어도 되는 악기이며, 있으면 더 돋보이는 악기이다. ‘김덕수’와 함께하고 ‘이광수, 김운태, 한승석, 김주홍’과 ‘노름마치’ 1세대로, 올림픽 국가행사로 ‘서태지’의 하여가 라이브 무대에서 태평소를 불었으며, 소리 북 명인 ‘김청만’의 국립국악원 공연에서 10곡정도 태평소를 불고 노래를 부르려 하니, 소리가 나오지 않아 혼났으며, 태평소를 부는 것은 소리를 잡아먹는다고 했다.
올해 초 낮은 소리는 모래소리 같고 높은 소리는 고음이 나지 않아 친찰을 받아보니, 목에 혹이 있어, 2월에 수술을 하고 휴식을 취하며 소리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한 결과, KBS 8.15 광복절 특집 ‘가요무대’ 외국 녹화를 6월말에 할 수 있다면서, 수술 후 재활 과정에서 할 줄 아는 것이 ‘노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노래 할 수 있는 고마움을 더 알 수 있었다는 ‘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아, 즉흥적으로 반주 없이 들려준 ‘천상병’시인의 시 ‘귀천’의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래 소리가, 가슴속 깊이 물밀 듯 파고든다.
순천 정원 박람회 홍보대사로 참석하여 행사장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촌 노 한분이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미국(독일 공연이었음) 가서 노래하는 걸 TV에서봤어,” 하고 경험 했을 때와, 시내버스 안에서 ‘장사익’과 닮았다고 물어볼 때, 자신이 대중들에게 알려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관람객이 ‘자신이 인기스타’라는 것을 아느냐고 묻는 질문에 답변하는 가식 없고 꾸밈없는 옆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 모두에게 한바탕 큰 웃음을 웃게 하였다.
자신의 노래 중 애착이 가는 노래가 뭐냐는 질문에, ‘찔레꽃’은 자전적 이야기이고, ‘봄날은 간다.’는 원곡과 달리 자신의 삶을 실어 노래하며, ‘기침’은 좋은 반주에 녹음한 첫 음원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잊고 지내다, 아버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신 후 다시 찾아내어 치장된 화려함을 덜어내고 다시 녹음하여 애착이 가고, ‘정호승 시인’의 시 불교의 ‘윤회’가 담긴 ‘허허바다’는 중머리 장단으로 시작하여 점점 변화가 많아 외국인들이 좋아한다하며, 자신의 노래는 1/3이 죽음에 관계된 노래이고, 1/2이 어둡고 무거운 노래이지만, 자신이 걸어온 삶를 이야기기로 노래하며 언제나 진행하고 있기에, 듣는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동참하며 위안과 마음의 치유를 받고 있다 알고 있어, 언제 어디서나 관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자신의 음악에 최선을 다하며, 무대에서는 목숨을 걸고 노래 한다했다.
1965년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위해 서울에 처음 왔을 때 아버님이 “ 술, 담배, 여자를 조심해라” 당부 하셔서 어린 시절 어르신들의 막걸리 심부름을 하면서 홀짝홀짝 마신 막걸리로 술은 배웠지만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산다했다. 공연 시 하얀 두루마기를 입는 이유는 ‘사물놀이’ 연주자 시절, 검정과 흰 두루마기와 고무신을 의도적으로 입고 신었지만, 대중음악을 하는 지금은 하얀 두루마기 복장이 편하고, 이미지가 한국적인 모습으로 긍정적인 의미로 보여 입는다, 답변했다.
마라톤은 50을 넘기며 친구들과 시작하여 회갑 3~4년 전부터 준비하여 자신의 회갑선물로 11월 중앙일보 서울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 12분 기록으로 완주 했다 하였고, 신곡으로 추모의 정이 담긴 ‘기형도’ 시인의 시 ‘엄마생각’을 녹음까지 끝낸 상태이지만 저작권 문제가 남아 있어 “아직 뭐라 답 할 수 없다.”를 마지막 답변으로 약 2시간의 ‘하우스토크’가 끝났다.
‘님’을 음반을 통해 알게 되어 작은 공연장에서 처음 만났고,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평범한 일반인들 보다는 자주 뵐 수 있었고 ‘님’에게 나의 얼굴을 익힐 정도 이지만 위의 이야기는 ‘하우스토크’에서 처음 알았다. 그래서 ‘님’이 더 좋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10여년 세월 속에서도 내가 알고 있는 ‘님’은 변함이 없다, 언제나 겸손하시며, 차별이 없으시고, 진실하시며, 편하고 텁텁하시고, 부담을 느낄 수 없다. 이 땅의 최고의 예인 중 한 분이지만 늘 편안 T셔츠에 활동복 바지로 웃으시며 반겨주시는 따뜻함이 넘치는 ‘님’을 마음에 담을 수 있어 행복 하다. 무대에서는 최고의 예술인 이지만 무대에서 내려오면 그냥 여느 집 예쁜 손자의 할아버지이시기에 더 큰 기쁨을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