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의 집(KOUSE)에서 2016년 6월 25일(토) 오후 5시부터 8시를 넘긴 이 시간은 감동과 감탄, 아름다움과 환희가 가득 찬 현장이었고 소중한 무대 이었다. 미신이라 터부시 되며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종교 무교(巫敎)의 종교 의식 무당 ‘굿’ 중, 죽은 이의 영혼을 깨끗이 씻어 주어 이승에서 맺힌 원한을 풀고 극락왕생하기를 비는 ‘씻김굿’에서 전남 해남 씻김 굿 몇 과정(課程)만 보여준 시간 이었지만, 70넘긴 ‘이수자’ 노(老) 무당 혼자서 펼친 주술(呪術)과 사설(辭說)의 향연(香煙)이었고 혼신(魂神)의 결정(結晶)이었다.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는 넋 굿인 씻김굿에는 상(喪)이 났을 때 하는 곽(槨)머리 굿과 집안에 우환이 들었을 때 하는 축원 성격이 강한 날받이 굿이 있고, 지역마다 조금씩 내용이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조왕굿, 손님굿, 조상굿, 안당굿, 초가망석, 처올리기, 제석굿, 고풀이, 희설, 씻김, 길딱음, 종천,> 등 12거리 굿을 하지만, 이 날 굿은 장소와 시간의 제약(制約)으로 < 안당굿(비손), 오구굿(바리대기굿, 발원굿), 초가망석, 제석굿(넋올리기), 길딱음, >만 시행하였다.
안방이나 대청에서 성주신, 조상신, 삼신에게 먼저 굿을 고하는 절차 ‘안당굿’/ 죽은 이의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하여 행하는 굿으로, 바리대기를 오구신(神)으로 모셔와 망인을 저승으로 모셔주기를 부탁하는 굿 ‘오구굿’/ 망자의 넋을 불러와 위로하는 ‘초가망석’/ 인간의 수명, 자손, 운명 등을 관장하는 하느님에 해당하는 제석신(帝釋神)에게 살아있는 사람들의 축복을 기원하는 ‘제석굿’에서 막힘없고 영험(靈驗)의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주술로 신의 세계로 빨아드리며 혼(魂)을 놓게 만든 ‘이수자’는 진짜 큰 무당 이었다.
두 사람이 양쪽 끝을 잡은 10m 길이의 하얀 천 길베 위를 넋을 태운 배를 앞뒤로 움직이며 ‘이수자’ 무당이 구슬픈 작별의 무가(巫歌)를 부르며, 굿 판 동참자들이 저승길 가는 망자를 위한 노자 돈을 놓아 주는 ‘길딱음’은 먼저가신 조상님들이 환영(幻影)되며 숙연해지고 마음이 씻겨 내리는 듯 개운함과 끝이라는 허탈감마저 밀려 왔다.
장시간 동안 혼자 하는 굿이었기에, 휴식과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분위기를 방지를 위한 짬이 있어, ‘이수자’의 아들로 남도소리꾼 ‘임현빈’의 단가와 아쟁 명인 ‘이태백’의 아쟁이 남도 소리를 주고받으며 남도 악(樂)의 멋을 보여주었고, 객석의 젊은 여성 소리꾼이 무대에 올라와 들려준 ‘흥타령’이 더해져, 씻김굿이 죽은 자를 위한 굿이기도 하지만 산자를 위한 축원 굿도 함께 한다는 것을 실감(實感)하게 하였다.
※ 삼신 : 자식 갖기를 원하는 부인에게 아기를 점지하고, 출산을 돕고, 산모와 갓난아기를 보호하는 신,
※ 오구 : 죽은 사람의 넋을 저승에 보낼 때에 무당이 부르는 노래
‘이수자’는 해남 유지의 여섯째로 태어나 24살에 결혼 하였으나 4년 만에 남편이 당시 돈 50만원의 병원비만 남기고 세상을 떠나 버린다. 먼저 떠난 남편의 가는 길이라도 닦아주려고
해남에서 유명하다는 무당을 불러 모아 삼우제 씻김굿을 하다, 본인에게 신이 내려, 내림굿 판이 되었다. 신은 받았지만 굿을 배우지 않아 돈벌이가 시원치 않자, 그 길로 공책 두 권과 볼펜 다섯 자루를 사들고 해남에서 잘한다는 무당을 찾아가 12거리를 하루 만에 떼고 굿을 하러 다니기를 40여년이 되었다.
◼ 무교(巫敎)
종교(宗敎)란? 부족하고 불안한 인간이 무한(無限)·절대(絶對)의 초인간적인 신(神)을 숭배하고 신성하게 여겨 선악을 권계(勸誡)하고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을 말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여기에 가장 합당하며 우월적인 전통종교라 말하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있으며 우리 전통종교 무교는 저급종교로 미신이라 불리며 무속(巫俗)으로 폄하(貶下)되어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불교는 타 종교와 달리 내가 믿는 절대자에게 나의 구원을 의탁 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부처(불도佛道를 깨달은 성인聖人)가 되기 위한 닦음이기에 종교라기보다는 철학적 실천의 도(道)이다. 불교의 ‘신’ 깨달은 자 석가모니부처도 표상(表象)이며 표본(標本)의 ‘신’이지 그리스도교에서 나를 구원 해주는 절대자 여호아(하느님)와 같은 ‘신’이나 무교에서 나와 가족들의 구복을 주는 ‘신령’(神靈:무당이 몸주로 받아들인 신)은 아니다.
유신론적 종교 기본구조를 보면 종교는‘신’ ‘사제’(신과 신도 연결 자) ‘신자’라는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이 요소들은 의례(儀禮)에 의해서 만나게 된다. ‘그리스도교’는 여호아, 신부나 목사, 신자, /‘무교’는 신령. 무당, 신도, /‘의례’는 그리스도교에서는 ‘예배’ 무교는 ‘굿(㖌)’이다. 위와 같이 우리가 어떤 신앙을 갖든지 그 숭배하는 대상이 명목상 다를 뿐 실제 의 신앙 기본구조는 똑같고 내용 역시 주술적인 기복(祈福)신앙 이다. 그러므로 무교를 미신이라 하는 것은 잘못 된 것이다. 다 같은 종교로 하등에 무시와 천대를 받을 이유가 없다.
무교는 이 땅의 시원적(始原的)인 종교다. 무교가 미신으로 무속이 된 것은 동양 가르침 중 가장 배타적인 면이 강한 주자학(朱子學)이 고려 말 안향(安珦)에 의해 이 땅에 들어와 새 왕조 조선의 국시(國是)가 되자, 사대부 같은 기득권 세력들이 무교를 폄하하여 저속하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또한 현대에 와서는 자칭 고등종교인 거대한 기성종교가 편향된 자기들 시각에서 무교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없으며 역사의식도 없고 단지 개인을 위한 구복적인 요소 밖에 없다는 이유로 재단(裁斷)하는 ‘종교제국주의(宗敎帝國主義))적인’ 산물 미신이 되었다. 더하여 과거 제국주의자들이 피식민지국가들을 마음대로 유린하듯 큰 종교가 작은 종교를 저급 종교로 몰고 있는 결과 ‘종교제국주의적인’ 시각에 함몰(陷沒)된 우리들이 자신들의 근본 신앙인 무교를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는 가르침이 사랑, 자비, 지혜, 정의, 초월, 자유, 불멸 등과같이 핵심 교리에 보편적인 덕목이 포함 되어 있으면 세계적인 종교로 성공 할 수 있고 보편성이 떨어지는 종교는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세(勢)를 만들 조직과 형성된 교리, 권력과 결탁한 힘이 있어야 세계적인 종교로 발전 할 수 있다.
무교는 무당들이 모시는 신령이 무당 마다 다르며 신령들의 위계질서도 없고 선악체계도 불분명해 일원화된 큰 구도를 만들 수 없다. 일반 신도들도 각기 다른 신령을 갖고 있어 처음부터 조직을 만들 수 없기에 구성원이 아무리 많아도 힘을 만들 수 없다. 교리도 무당마다 달라 어떤 교리를 믿는다와 같은 중심 교리가 없으니 무당과 신도 사이에 중앙 집권 체제가 탄생 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권력과 결탁 할 수 있는 힘도 만들 수 없고 지역의 한계를 벗어 날 수 없는 작은 종교 형태일 뿐 미신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시원적인 종교 무교를 무속이라 칭하며 저급 종교로 무시하고, 우리의 문화적인 뿌리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신이라 부정하려 해서는 결코 안 될 것 같다.
※ 무당 - 무교의 민간 사제로 무당 후보자 중 내림굿(그리스도교의 사제 서품식, 혹은 목사 안수식과 같은 절차)을 받아 굿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자이다.
신과 인간 사이를 연결해 주는 일을 직업적으로 맡아 신령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주관 하는 사람을 통틀어 말한다. 카톨릭에서 신부만이 카톨릭 의례인 미사를 집전 할 수 있듯이 무교에서 굿은 무당만이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무당 하면 무녀(巫女) 즉 가무(歌巫)로써 강신녀을 말한다.
‣ 세습무당 : 신들리는 현상 없이 조상 대대로 무업을 이어 받아 형성된 무당
‣ 강신무당 : 신들린 무당, 신 내린 무당으로 굿이라는 무속의례를 학습한 무당이다. 여자가 많고 굿을 하고 점을 치며, 남자강신무를 박수무당 이라 한다.(무속의례학습 없이 점만 치면 점쟁이)
‣ 단골 : 강신무당중 큰무당을 말하며, 미숙한 무당을 선무당 이라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한 무당을 자주 단골로 부른다 하여 단골무당 "단골" 이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