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8일(토) 오후 경상남도 산청군 차황면 실매리 점남마을 체육공원 잔디밭 마당 오래된 두 느티나무에 “장사익님 사진과 함께 제 8회 장사익 찔레꽃 향기 가득한 세상”이라 적힌 플래카드가 걸린 소박한 무대가 설치되어있었다.
지리산 아래 산골 점남마을 청년들이 10여 년 전에 마을 개천 뚝방길 한쪽에 산에서 캐온 찔레꽃 200미터를 심고 다음 해에 1km로 늘리고 다음 해에는 반대쪽에 1km를 심어 아름다운 찔레꽃 길을 만들었다. 매년 봄 5월 찔레꽃이 피면 개울가 양쪽 뚝방길을 따라 마치 하얀 빨래를 널어놓은 빨랫줄같은 아름다운 장관과 함께 찔레꽃 향기가 진동한다.
이 아름다운 향기 나는 모습을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고자 장사익님의 도움으로 장사익님 자필로 노랫말을 새겨 ‘찔레꽃’ 노래비를 세우고 매년 5월 마지막 토요일에 자선 음악회를 열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2020년과 2021년은 열리지 못하다 3년 만에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부제로 제8회가 열리는 뭉클한 감동과 기쁨이 넘치는 현장이다.
마을 입구 약 1km 앞부터 도로 양쪽 변에 자동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내 차를 멈추고 주차를 하고 걸어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장사익님의 출연시간이 촉박하여 그냥 달려 행사장 입구 행사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 주차를 하였다.
서울에서 3명의 지인과 함께 새벽길 서둘러 내려 왔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오후 6시에 시작한 행사는 이미 열리고 있었고, 논을 없애 만들었다는 체육공원 마당을 가득채운 어림잡아도 수 천 명이 넘는 관람객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리산 깊은 산골 작은 마을 동네 음악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니! 상상하지 못한 풍경에 장사익님의 국민적 인기와 사랑을 새삼 체험할 수 있었다.
“산 넘어 언덕너머 먼 하늘에 행복은 있다고 사람들은 말하네...” 중후하면서도 부드러운 감미로움이 하늘에서 보슬비 내리듯 객석을 뒤덮으며 관객들에게 봄의 아름다움을 살며시 전한다. 사회자가 장사익님 출연을 알리고 무대를 내려간 후 잔디마당을 뚜벅뚜벅 걸어 무대에 올라 <산넘어 저쪽> 노래를 먼저 마치고 “관객이 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많이 와주셔서 고맙다.”며 객석을 향해 머리 숙여 인사를 하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이어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봄을 생각하며 꽃말이 담긴 <기차는 간다>와 객석에 자리한 어르신들을 위해 “아버지 모셔드리고 떠나온 날 밤, 얘야! 문 열어라! ...” <아버지>를 노래하여 정이 넘쳐흐르는 따뜻함을 마음속 깊이 전달했다.
당신의 주제곡이라 말할 수 있다는 <찔레꽃>은 오늘 이 음악회가 전국에 하나 밖에 없는 찔레꽃 향기 가득한 세상을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고자하는 찬란한 광채의 발산 이었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동백아가씨>는 자리에 함께 한 동백아가씨 작곡자 ‘백영호(1920~2003) 선생’의 장남인 백경권씨가 아버지 유품 7,000여 점을 개관 예정인 부산근현대역사관에 기증하는 것을 축하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가사의 애잔함이 온통 포근하게 느껴지며 울려 퍼져 와 닿았다.
<봄날은 간다> <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별을 따다가 그대 두 손에 가득 드리리~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늦은 봄날 서산에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밝은 낮에 조명 없이 펼친 아름다운 음악회가 끝나는 아쉬움을 진하게 담아 다음 회를 기약하는 여운을 마음 가득 채워 주었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고향 찾아서 너보고 찾아 왔네. 두메나 산골...”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의한 <두메산골> 앙코르 곡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 왔지만 앙코르 곡 선곡까지도 지리산 깊은 산골 작은 마을과 함께하는 ‘찔레꽃 향기 가득한 세상’의 의미를 놓치지 않는 장사익님의 깊고 세심한 배려를 볼 수 있었다.
큰사람의 큰마음을 세상에 어떻게 열어놓는가를 배울 수 있었던 장사익님의 아름다운 자선 음악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