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춘향가 가운데 십장가 (정응민 바디, 조상현 창)
①
집장사령 거동을 보아라.
별형장別刑杖한 아람을 덤쑥 안어다가
형틀 밑에다 좌르르르르르르, 형장을 고르는구나.
이놈도 잡고 느끈능청, 저놈도 잡고 느끈능청,
그 중으 손잽이 좋은 놈 골라잡고, 갓을 숙여 대상臺上을 가리고,
사또 보는 데는 엄령이 지엄하니 춘향을 보고 속말을 헌다,
“이 애 춘향아. 한두 개만 견디어라. 내 솜씨로 살려 주마.
꼼짝 꼼짝 마라. 뼈 부러지리라.” “매우 쳐라!” “예이!” “딱!”
부러진 형장 가지는 공중으로 피르르르르르르 대뜰 위에 떨어지고,
형틀 우으 춘향이는 아프단 말을 도시 싫어 아니 허고
고개만 빙빙 두르면서 ‘일’자로 포악을 헌다,
②
“‘일’자로 아뢰리다.
일편단심一片丹心이내 마음 일부종사一夫從事허랴는듸,
일개 형장이 웬일이요? 어서 바삐 죽여주오.”
“매우 쳐라” “예이!” 딱.
“‘이’자로 아뢰리다.
이부불경二夫不更이내 마음, 이군불사二君不事다르리까?
이비사적二妃史蹟알었거든 두 낭군을 섬기리까?
가망 없고 무가내요!”
③
‘삼’자 낱을 딱 붙여노니,
“삼생가약三生佳約맺은 마음, 삼종지법三從之法을 알었거던
삼월화三月花로 아지 마오. 어서 바삐 죽여 주오.”
‘사’자 낱을 딱 붙여노니,
“사대부 사또님이 사기사事其事를 모르시오?
사지를 쫙쫙 찢어 사대문으 걸드래도 가망 없고 무가내요.”
④
‘오’자 낱을 딱 붙여노니,
“오마五馬로 오신 사또, 오륜五倫을 밝히시오,
오매불망寤寐不忘우리 낭군 잊을 가망이 전혀 없소.”
‘육’자 낱을 딱 붙여노니, “오장육부五臟六腑가 일반인듸,
육부의 맺힌 마음 육시戮屍허여도 무가내요.”
⑤
‘칠’자 낱을 딱 붙여노니,
“칠척검七尺劍높이 들어 칠 때마다 동강 내도 가망 없고 안 되지요.”
‘팔’자 낱을 딱 붙여노니,
“팔방부당八方不當안될 일을 팔짝팔짝 뛰지 마오.”
⑥
‘구’자 낱을 붙여노니,
“구중분우九重分憂관장이 되어 궂인 짓을 그만 허오.
구곡간장九曲肝腸맺힌 마음 가망 없고 무가내요.”
‘십’자 낱을 딱 붙여노니, “십장가十杖歌로 아뢰리다.
십실十室작은 골도 충렬忠烈이 있삽거든,
우리 남원 교방청敎坊廳으 열행烈行이 없사리까?
십생구사十生九死허올진대 십맹일장十盲一杖날만 믿은 우리 모친이 불쌍허오.
이제라도 이 몸이 죽어 혼비중천魂飛中天높이 떠서
도련님 잠든 창전窓前으 파몽破夢이나 허고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