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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11-28(화) 흥보가 '홍보가 놀보집 다녀오자 흥보 마누라 서러워 우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54
  • 작성일2023.11.30

<아니리> 그래서 내가 건너온다고 허니 하인들이 들에 갔다고 걱정을 허시면서 쌀 닷말 돈 서른냥을 형수 시켜 주시기에 쌀 속에 돈을 넣어 뭉뚱거려 짊어지고 허둥지둥 건너오는디 요넘어 질모퉁이 고개를 막 당도허니 십여명 도적놈들이 나서더니 호령을 허되 네 이놈 흥보야 이놈 전량이 크냐 목숨이 크냐 엎어뺨 한주먹에 대번에 쥐가 나고 정신 차릴 길이 었읍디다. 그래서 죄다 빼았기고 몽둥이로 죽게 맞고 왔오.’ 흥보 아내 이말 듣고 자세히 살펴보니 쑥들어가 두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간신히 살 가리운 고의 뒷폭 툭 무너져 바싹 마른 볼기짝에 몽둥이 맞은 흔적 피가 곧 솟는지라.

 

<중중모리>

흥보 마누라 미친듯이 두 손뼉 땅땅 허허 이것이 웬말인가? 그런대도 내가 알고 저런대도 내가 아오. 시숙님 속도 알고 동서속도 내 다 아오. 동냥은 못 줄망정 박자조차 깬다더니 여러날 굶은 동생 안주면 그만이지 이모양이 웬일이여. 방약무인 도척이도 이보다는 성현이요. 무고불측 관숙이도 여기 대면 군자로세. 세상 천지간에 이런 일이 또 있는가. 가기 싫어 허시는걸 방정맞은 계집년이 궂이 가라고 우기었다. 이 지경을 당하였네. 국난에 사양상이요 가빈에 사현처라. 내 얼마나 음전허면 불쌍헌 우리 가장 못 멕이고 못 입힐까 가장은 처복 없어 내 죄로 굶거니와 철 모르는 자식 정상 목이 메어 못 보것네. 차라리 내가 죽어 이꼴저꼴 안 볼란다. 초마끈으로 목을 매어 죽기로 작정허니 흥보가 기가 막혀 마누라 손을 잡고 아이고 마누라 이것이 웬일이요. 부인의 평생 신세 가장의게 매었는디, 박복헌 나를 만나 이 고생을 당케허니 내가 먼저 죽을라네. 허리띠를 끌러내어 서끌에다가 목을 매니 흥보 아내 깜짝 놀래 와르르르르르 달려들어 흥보를 부여잡고 아이고 영감 내 다시는 안 울테니 이리 마오. 손목을 마주잡고 둘이 서로 통곡허니 초상난 집이 되었구나.

 

<아니리>

이렇듯 흥보내외 붙들고 우는 통에 자식들까지 따러 울어노니 그야말로 흥보 집안이 뭇초상난 집이 되었겄다. 그때 마침 흥보를 살릴 중이 하나 내려 오는디.

<엇모리>

중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오는디 저중의 모양을 보소 헐디헌중. 서리같은 두 눈썹은 왼낯을 덮어있고 크다큰 두 귓밥은 양어깨에 닿을 듯. 노닥노닥 지은 장삼 실띠를 띠고 다 떨어진 송락은 요리 송 치고 조리 송쳐 호옴뻑 눌러쓰고 동냥을 얻으면 무엇에다 받어갈지 목괴짝 바랑 등물 하나도 안가지고 개미하나 안 밟히게 가만가만 가려딛고 염불허며 내려온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흥보 문전을 당도허니 처량헌 울음소리 귀에 얼른 들린다. 저중이 깜짝 놀래 가만히 들어보니 사생이 미판이로다. 저 중이 목탁을 치며 지나가는 걸승으로 어진 댁을 왔사오니 동냥 한 줌 주옵시오. 나무아미타불 이 댁에 동냥 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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