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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12-05(화) 흥보가 '중이 집터 잡아주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68
  • 작성일2023.12.07

<아니리> 흥보가 나가보니 중이 왔거늘 대사님 대사님이 오셨으나 제집을 둘러보오 서발 장대가 거칠 문적이 없소. 후일에 많이 시주할테니 오늘은 다른 댁에나 가 보옵소서. 소승이 걸승이오나 댁의 문전을 들어선즉 울음소리가 낭자하오니 어쩐 곡절로 우시나이까? 대사님이 들으셨다니 어찌 기망하오리까? 자식들은 많고 먹을 것이 없어 배들이 고파서 우리 내외 서로 죽음을 다투어 우는 길이요. 가긍헌 말씀이요. 복이라 허는것은 임자가 없는 법이요. 무식헌 소승의 말을 믿고 명심할테면 집터 하나를 잡아 드리오리다. 소승의 뒤를 따르소서. 너무 감축하여이다.

 

<진양조> 흥보가 좋아라고 중의 뒤를 따러가는디 저 중이 가다가 우뚝 서더니마는 이 명당을 알으시오. 배산임수 개국(開局)허고 무림수죽(茂林脩竹)이 두른 곳에 집터를 재혈(裁血)허는디 명당수법이 완연허구나. 감계룡(坎癸龍) 간좌곤향(艮坐坤向) 탐랑득거문파(貪狼得巨門派) 반월형 일자안(一字案)문필봉 창고산이 좌우로 높았으니 이 터에다 집을 짓고 안빈(安貧)허고 지내오면 가세가 속발허여 도주(陶朱) 의돈(猗頓)비길테요. 자손이 창성허여 삼대진사 오대급제와 용지불갈 취지무궁허여 그릴 것이 없으리다. 입주(立柱)자리에 표목을 꽂아놓고 한두 걸음 나가더니만은 인홀불견 간곳이 없구나.

*용지불갈지전 취지무궁지미-赤壁賦 唯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成色 取之無禁 用之不渴 是造物者之無盡藏也

*감계룡 간좌곤향(子坐午向), 탐랑득거문파


<아니리> 흥보가 그제야 도승인줄 짐작허고 공중을 향하여 무수히 사례헌 후 있던 움막을 뜯어다가 수숫대 겨릅대로 그터에다 성조를 허여놓니 집조격은 볼 수 없으나 그터에 성조 후로 첫째 집안에 우환이 없어지고 부자들이 병작이라도 논마지기씩 붙여주고 차차 좀 살기가 나아가니 흥보가 신통허여 하루는 집터 글자를 붙여보던 것이었다.

 

<중중모리> 겨으 동자 갈거자 삼월삼짇올래자 봄춘자 좋을시구 나비접자 펄펄 날어 춤출 무자가 좋을시구. 꾀꼬리는 노래허니 노래 가자가 즐겁다. 기는건 짐생 수자 나는 건 새 금자 쌍거쌍래 제비 연자 날 비자 좋을시구. 흥보가 좋아라고 얼씨구나 되었네. 이 터에 내명당이로다 얼씨구나 좋을씨구

 

<아니리> 이렇게 세월을 보낼적의 그해 겨울을 다 보내고 봄철이 다다르니 제비 한 쌍이 날아들어 처마 안에다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쳐 밥 물어다 먹이면서 자모구구(慈母嘔嘔)즐기더니 하루는 천만의외 대명(大蟒)이가 들어와 제비를 다 잡어먹는지라.

 

<단중모리> 흥모가 보더니 깜짝 놀래 경설(警說)허여 쫓는구나. 무상허다 저 대명아 네 먹을 것 많허구나. 청초지강처처와(靑草池塘處處蛙)요 춘면불각처처조(春眠不覺處處鳥). 허다헌 곳 다 버리고 구태여 내 집에 와 제비 새끼 먹단말가. 한고조의 적소검으로 네 허리를 베고지고. 남악사에 원정(原情)하여 신병을 몰아다가 네의 큰 목을 자르고져. 급급히 쫓고보니 새끼땀에 못 떠나고 어미 제비도 죽었으며 여섯 새끼 다섯 먹고 겨우 하나가 남었구나. 다만 하나 남은것이 날기 공부 힘쓰다가 대평상에 뚝 떨어져 발목이 질끈 부러져서 피 흘리고 발발 떠니 흥보 양주 어진 마음 제비 새끼 주어들고 한없이 탄식헌다. 불쌍타 내 제비야 가긍한 네 목숨이 대명의게 안 죽기에 완명(頑命-모진 목숨)인줄 알았더니 이 지경이 웬일이냐. 내집이 가난허여 사람은 아니 찾아오나 너는 매양 찾어오니 가난 박대 안 허기는 아무리 미물이나 제비 너희 뿐이로다. 좋은 집을 다 버리고 궁벽산촌 박흥보집 험한 곳에와 삼겼다가 절각지환이 웬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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