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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3-12-26(화) 흥보가 '제비가 보은표 박씨를 물고 돌아오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54
  • 작성일2023.12.26

<중중모리>

흥보 문전을 당도. 당상 당하 비거비래 편편히 나는 거동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북해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노난 듯, 단산 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속으로 넘노난 듯, 유곡청앵이 난초를 물고 송백상에서 넘노난 듯, 안으로 펄펄 날아들제 들보 우에 올라 앉어 제비 말로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 낙지각지 절지연지 은지덕지 수지차로 함지포지 래지배요. 빼드드드드. 흥보 듣고 괴이 여겨 가만히 살펴보니 절골양각이 완연 오색당사로 감은 흔적 아리롱 아리롱허니 어찌 아니 내 제비랴. 반갑다 내 제비 어디를 갔다가 이제 와 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 얼씨구나 내 제비. 강남은 가려지라는디 어이허여 다 버리고 누추헌 이내 집을 허유허유 찾아오느냐. 인심은 교사허여 한 번 가면 잊건마는 너는 어이 신의 있어 옛 주인을 찾어오느냐. 원촌전촌 널 보내고 욕향청산의 문두견 소식 적적 망연터니 네가 나를 찾어오니 천도지도 반갑다. 저 제비 거동을 보소. 보은포 박씨를 흥보 양주 앉은 앞에 때그르르... 떨쳐놓고 들어갔다 나갔다 나갔다 들어갔다 이리 저리 넘는다.


<아니리>

흥보 양주 앉은 앞에 뚝 떠러뜨려 놓은 것을 흥보마누라 얼른 주워들고 보더니 에게 이것이 무슨 씨앗이오? 아매도 이것이 강남 외씨인가보오

<중중몰이> 흥보가 듣더니 허는 말이 외씨란 말이 당치 않네. 옛날으 소평(召平)이가 벼슬이 무섭다고 외를 심어 팔어다가 생계를 했다지만 그 땅은 관중이라 강남땅 부당헐뿐더러 외씨가 그리 크겠는가? 그러면 이게 여자씬가? 아니 그말도 당치않네. 양귀비 고운 얼굴 화색을 내랴허고 여자만 먹었으나 서촉에서 공 바치니 강남소산 아니었고, 여자씨는 알탁알탁 벌레 먹은 형상이니 그 말도 당치 않네. 그러면 약방에서 백편두(白扁豆)고 불러오는 강낭콩이 분명허오. 아니 그것도 아니로세. 강낭콩은 훨씬 넓고 복판이 불룩허며 가에 흰테 둘렀는디 강낭콩이라니 될말인가?


<아니리>

흥보 마누래가 박씨를 몰라서 외씨네 여자씨네 허였으리오만은

이는 이 가사를 지으신 옛날 전락북도 고창에 계시다가 이미 고인이 되신 신재효씨 신오위장 선생님의 문장이었음을 자랑코저 이렇게 소리를 허였겄다. 흥보가 다시 박씨를 보더니 ~ 여기 글씨가 씌어있다. 갚을 보, 은혜은 박 포 보은포라. 보은포라 보은포 보은포 아~ 이놈이 공주로 노성으로 은진으로 온것이 아니라 보은으로 옥천으로 연산으로 저리 돌아온 놈이로구나. 보은대초 좋다는 말은 들었어도 박 좋다는 말은 금시 초문인걸. 그러나 저러나 보은 박일런지 강남 박일런지 제가 이렇게 물고 온것이 기특해서라도 우리 한번 심어 봅시다.

<중중모리>

을불재종(乙不栽種) 날을 가려 후원에 양지 찾어 구덩이를 깊히 파고 신짝 놓고 거름 놓고 박씨를 또닥또닥 단단히 심었구나 수일만에 살펴보니 박순이 벌써 솟았는디 박넝쿨이 굵직굵직 중선배 닿줄만씩 곱게 뻗어 초막집을 꽉꽉 얽혀 놓았으니 천동지동 헌다해도 집이 짜그라질리 없고 박잎사귀가 삿갓만씩 흥보 집을 덮었으니 구년 홍수 진다해도 비 한 점이 샐 수 없이 되어 동내사람도 다 모르게 흥보가 벌써부터 은근히 박덕을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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