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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4-01-02(화) 흥보가 '가난타령'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26
  • 작성일2024.01.09

<아니리>

이 때는 어느땐고 팔월추석 가절이라. 다른 집에서는 떡을친다 술을 거른다 지지고 볶으느라고 피~ ~ 이놈의 냄새가 코난간을 무너내는디 흥보집은 냉랭허여 곤신풍이 들이 부는지라자식들은 밥을달라 떡을 달라 흥보는 가슴이 미어질듯마음 달랠 길이 없어 어디론지 나가 버리고 (흥보마누라는 졸리고 앉었다가 설움이 북바치어 신세자탄으로 울음을 우는디)

 

<진양> 가난이야 가난이야. 원수년의 가난이야. 어이허면 잘 사는고. 잘 살고 못 사는게 묘 쓰기가 매였는가. 삼신제왕님이 집자리가 떨어질 적 각각 복을 마련 허는가. 북두칠성님이 점지를 허시는가.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고대광실 좋은 집의 용지불갈 취지무궁허여 부귀영화로 잘 사는디, 이년의 팔자는 어이허여 가장은 부황 나고 자식들은 아사지경이 되니 못쓸년의 팔자로다. 자식들이 달려들어 우는 모친을 부여안고 아이고 어머니 웬일이오. 우리도 수십형제가 되니 복있는 놈이 하나나 있지 없소리까. 우지 마오 우지 마오. 말리고 울고 울고 말리고 앉어 서로 붙들고 울음을 운다.

 

*坤申風 : 남서풍. (), (서남서,8시방향)

*용지불갈 취지무궁 : 且夫天地間 物各有主. 苟非吾之所有 雖一毫而莫取 惟江上之淸風 與山間之明月 耳得之而爲聲 目寓之而聲色 取之無禁 用之不竭 是造物者之無盡藏也.

 

<아니리> 이렇든 울고 있을적에 흥보 열일곱째 아들놈이 유혈이 낭자해가지고 울고 들어오며 어머니 나 송편 세 개만 해주시오아 이놈아 어째서 하필 떡을 세 개만 해달라느냐, 동리로 놀러갔더니 얘들이 송편을 먹기에 내가 좀 달랬더니 황토에다 오줌을 누어 황토송편을 만들어주며 이떡을 다 먹으면 참떡을 주마허기에 참떡 먹을 욕심으로 황토송편을 다 먹어도 참송편은 아니 주고, 뭍놈이 늘어서며 가래속으로 기어나오면 송편을 주마기에송편 얻어 먹을 욕심으로

<중모리>

엎저 기어 나갈 적의 뒤에 놈 떨어져 앞에 와 서고 그 뒤에 놈 떨어져 앞에 와 서고 다음 담놈 떨어져 앞에 와 서서 한정 없이 기어 가자허니 무릎이 모다 헤어지고 유혈이 낭자 허였기로 내가 욕설을 좀 허였더니 송편일랑 고사허고 뺨만 죽게 때려주니 송편 세 개만 허여주면 한 개는 입에 물고 두 개는 양손에 갈라들고 조롱 허여 가면서 먹을라요. 흥보 마누라 기가 맥혀 목이 메어 허는 말이 내 자식아 쯧쯧쯧 무엇허러 나갔드냐 천하 몹쓸 애들이지. 못 먹이는 이 어미는 일촌간장이 다 녹는디 굶어죽게 생긴 자식을 그리 몹씨 허드란 말이냐. 우지 마라 우지 마라 불쌍헌 내 새끼야 우리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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