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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풀어서듣는우리소리

진행 : 지정남 / 연출 : 이세종,조연출 : 신희진 / 작가 : 조영임
월~금 | 09:00 ~ 10:30

2024-01-09(화) 흥보가 '흥보네 배고픔에 박 타려 하는 대목'
  • 작성자남도마실
  • 조회수44
  • 작성일2024.01.09

<아니리>

그때여 흥보는 동내로 놀러 갔다가 친구 덕분에 술이 얼근히 취해 갖고 집안에 들어와보니 자기 마누라가 울겄다. 여보 이 일이 웬일이오. 배고픔을 한을 해가지고 이렇듯 울음을 우니 부인이 울어서 우리 집안 식구가 배가 부를 지경이면사 권속대로 늘어앉어 한평생 허고라도 울어보지만은 남보기 챙피만허고 동내 사람들이 보면 어찌 흉볼 울음을 우느냐말이야. 이 동네가 백여호라도 마누라 팔자가 제일이요. 아들이 이십구형제 딸같은 가장 있어 마누라 팔자가 제일이요. 울지 말고 우리는 있는 박이니 박이나 타서 박속은 끊여먹고 바가지는 부자집에 팔아다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목숨보명 살아갑시다. 흥보가 후원으로 돌아가 박을 튕겨본즉, 팔구월 찬이슬에 박이 꽉꽉 여물었겄다. 박 한통 따다놓고 자식들을 앉혀놓고 톱빌려다가 박을 탈제, 흥보 내외와 자식들 스물아홉과 서른한명 권속이 좌우로 늘어서 박을 타는디 흥보가 술이 바짝 깨었제.

<진양조>

시르렁 실근 톱질이야. 에이여루 톱질이구나. 몹쓸년의 팔자로다. 원수놈의 가난이로구나.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일대영화 부귀헌디 이놈의 팔자는 어이허여 박을 타서 먹고 사느냐. 에이여루 당거주소. 이 박을 타거들랑 아무것도 나오지를 말고 밥 한 통만 나오너라, 평생의 포한이로구나. 시르렁 시르렁 당거주소 톱질이야 어허어어흐어 시르렁 실근 당거주소 톱질이야. 여보소 마누라 톱소리를 맞어주소. 톱소리를 내가 맞자해도 배가 고파서 못 맞겄소. 배가 정 고프거든 허리띠를 졸라매고 에이여루 당거주소. 시르르르르 시르르르르. 시르렁 시르렁 실근 시르렁 실근 당기어라 톱질이야. 큰 자식은 저리 가고 작은 자식은 이리 오너라. 우리가 이 박을 타서 박속일랑 끓여먹고 바가지는 부자집에가 팔어다가 목숨보명을 허여 볼거나. 에이여루 톱질이로구나.

 

<아니리> 흥보 마누래가 톱을 턱 놓으며 휘유 박이 원체 커서 대숨에 못키겄소 좀 쉬어가지고 탑시다. 그럽시다. 그런디 여보 영감 우리가 일년 농사 지은 박을 추수삼어 키면서도 장신세타령만 하니 설움이 솟아서 못 하겄소. 이번에는 다른 노래를 하면서 탑시다. 그말이 옳소 평지에 지어도 절은 절이요 성복술에도 권주가 한다고 우리가 모 심을제 상사소리 밭 맬제 김매기 노래하듯, 내 이 박내력을 가지고 사설을 지어 매길테니 뒷소리만 맞으시오. 그럽시다.

 

<중모리> 시르렁 실건 톱질이야 에여루 당겨주소. 선인님네 풍류일장 금석사죽포토혁목 이 박이 아니면은 팔음이 어이 될거나 어여루 톱질이야. 아성 안자 안빈낙도 이 박이 아니면은 일표음을 어찌 허며, 소부의 둔세고절 이 박이 아니면은 기산괘표 어이허리. 어여루 톱질이야. 군자 말 없기는 무구포가 그 아니며, 남화경에 있는 박은 대이무용 아깝도다. 어여루 당거주소. 인간대사 혼인헐 제 표배로 행주허구, 강산에 시주객은 거포준이 상속이라. 우리도 이박 타서 쌀도 일고 물도 뜨고 가지가지 잘써보세 어여루 톱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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