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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기 있는 책

진행 : 황인찬 / 연출 : 장지윤 / 작가 : 오선화
월~일 | 21:00~22:00

o 보후밀 흐라발 소설 <너무 시끄러운 고독>
  • 작성자글과음악
  • 조회수423
  • 작성일2022.01.19

삼십오 년째 나는 폐지 더미 속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이야말로 나의 온전한 러브 스토리다.

삼십오 년째 책과 폐지를 압축하느라

삽십오 년간 활자에 찌든 나는,

그동안 내 손으로 족히 3톤은 압축했을 백과사전들과

흡사한 모습이 되어버렸다.

나는 맑은 샘물과 고인 물이 가득한 항아리여서

조금만 몸을 기울여도 근사한 생각의 물줄기가 흘러나온다.

뜻하지 않게 교양을 쌓게 된 나는 이제

어느 것이 내 생각이고 어느 것이 책에서 읽은 건지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삽십오 년간 나는 그렇게 주변 세계에 적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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