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재 재단에서 기획하여 국가무형문화재 전수회관 ‘풍류 극장’에서 6월 1,2,3주 목요일인 2, 9, 16일에 순서대로 무대에 올렸던 인류무형유산 ‘아리랑’을 대표하는 3대 아리랑 ‘진도 아리랑, 정선아리랑, 밀양아리랑’ 중 세 번째 무대 ‘밀양 아리랑’ 이야기 이다. 앞의 두 공연이 그러했듯 오직 ‘아리랑’만을 보여 준 것이 아니라, 아리랑이 태어나고, 이어지며, 생활이 된 지역의 문화를, 있는 모습 그대로 담아내며 마치 ‘밀양’ 거닐면서 풍류를 즐기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하였다.
밀양 백중놀이 보존회’가 밀양 백중놀이 3과정 9마당 중 첫 과정인 농신제(農神祭)를 생략하고, 두 번째 과정인 ‘작두말타기’, 세 번째 과장 춤판에서, ‘양반춤’ ‘병신춤(양반희롱)’ ‘범부춤’으로 토속의 참 멋을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뒷 놀이로 ‘밀양 아리랑 보존회’의 순화되지 않고, 다듬어지지 않은, 전통(傳統) 밀양 아리랑이 풍류극장을 뜨겁게 달구더니, 밀양백중놀이 무형문화재 기능 보유자 ‘하용부의 춤 영무(靈舞)가 관객을 무아지경(無我之境)으로 빠뜨려 버렸다.
이 환상을 깨뜨리는 ‘밀양오북춤’은 엉덩이를 들썩이게 했고, 여운이 아쉬운 모든 출연자와 관객이 무대 위에서 하나가 되어 뛰며 놀다 어우러지니 공연의 끝은 의미가 없었다.
밀양백중놀이(密陽百中놀이)는 옛 부터 머슴 날이라 불리는 벼농사 세벌김매기를 끝낸 여름철 휴한기(休閑期) 중 음력 7월 15일 ‘백중날, 머슴들이 지주들의 집을 돌며 각출(各出)한 비용으로 동네 축제를 열어 음식과 술을 나누어 먹으며 최고의 노비를 뽑는 놀이이다.
머슴 왕이 정자관을 상징하는 뒤집어 쓴 갓에, 관복을 의미하는 뒤집어 걸친 도롱이(雨裝)이로 품격을 갖추고, 지게로 만든 가마를 타고, 긴 나팔을 길게 서너 번 불며 앞장을 서며, 상놈이 양반 행세하며, 째보양반, 고자양반, 벙어리양반 등이 나와 양반을 욕보이는 풍자놀이 행진 ‘작두말타기’에, 화가 난 양반이 춤추며 신분을 드러내고, 이어서 머슴들이 양반을 몰아내고 병신춤을 추며 양반을 희롱하자, 여기에 양반이 도포를 벗고 장구 잽이 앞에서 개인기를 선보이는 ‘범부(凡夫)춤’을 추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놀이로, 차별대우를 받은 상민과 천민들의 서러움을 익살과 해학으로 표현했다.
물 항아리에 바가지를 엎어 놓고 두들기는 ‘물장구’, 항아리 뚜껑을 울림통으로 하여 줄을 엮어 만든 ‘사장구’, 여물통을 엎어서 두들겨 공명(共鳴)을 만들어 내는 ‘여물통 장구’의 반주에 지게 받침 작대기로 박자를 맞추며 부르는 세마치장단의 ‘밀양 아리랑’은 경상도 민요 같지 않고 조금 빠른 3박 장단의 경기민요 같지만, 언제부터 불리어졌는지 알 수 없는 토착소리가 살아있는 ‘토속 아리랑’ 소리가 살아 있어 더욱더 흥겨웠고 저절로 따라 부르는 목소리에 착착 달라붙는 정이 끈적거렸다.
‘서정주’가 1941년에 발표한 <화사집>에 수록된 시, 서풍부(西風賦)의 “ 너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꽃인 듯 눈물인 듯 아니라는데... ” 시어를 반복하여 노래하는 ‘장사익’의 노래가 흐르며, 둥근달이 달빛 머금은 산을 넘는 영상이 가득 채워버린 무대에서, 무념(無念) 무상(無想) 무질서(無秩序)의 극치를 춤으로 환생시킨 ‘하용부’의 영무(靈舞)에 감격(感激)의 눈물이 저절로 솟구치던 한 여성의 숭고한 얼굴표정이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춤의 전율을 전달 할 수 없어 안타깝다.
4명의 남성과 1명의 여성, 다섯 사람의 북 잡이가 왼팔 상단에 긴 끈을 감아 메고 북을 두들기며 원(圓)을 그리고 흩어지며 추는 ‘오북춤’은 단조로운 가락과 단순한 동작의 연속 이었지만 ‘밀양아리랑’에 담겨있는 밀양인의 신명과 힘찬 기개(氣槪)가 넘쳐났고, 밀양백중놀이에 담겨 내려오던 ‘상놈’의 한을 멀리멀리 털어내는 토함 소리요, 날개 짓이었다.
‘진도아리랑’ 공연이 종합예술의 집합체로 최상의 무대 공연이었다면 ‘하용부’의 영무(靈舞)를 빼고 난 ‘밀양아리랑’ 공연은 투박하고 거칠며 덜 다듬어진, 그냥 신명나는 놀이이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옆집 아저씨와 동네 아주머니가 살고 계셨고, 웃음과 즐거움이 있었고, 기쁨이 넘쳤으며, 행복이 가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