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5계섬과 강수연
송지원 선생님의 책 <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를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잊고”가 “잇고”인 줄 알고 ‘마음이 입을 이어서 전승되고, 입이 소리를 이어서 구전된다’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읽으니 “잇다connect”의 의미가 아니라 “잊다forget”의 의미였군요. 조선시대 여성 음악가 계섬을 칭찬한 말이더군요.
“心忘口 口忘聲”
“소리가 하늘하늘 온 집안에 울려 퍼졌다.”
“지금 세상에는 너만한 남자가 없으니 너는 끝내 진정한 만남을 이루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이정보가 계섬에게 남긴 말이라고 하는 군요. 자식도 없이 홀로 사라진 계섬의 목소리를 지금 들을 수는 없겠지요.
얼마 전 지금 세상에서 그녀만한 남자가 없어서 진정한 만남을 이루지 못하고 홀로 세상을 떠난 어느 여배우의 삶도 그러했을까 미루어 짐작해봅니다. 임권택 감독의 <씨받이>에서는 기억에 남는 영화음악이 없고 <서편제>에서는 아리랑을 부르며 산길을 내려오는 장면이 또렷하네요. 첫 번째 신청곡은 그렇게 아리랑이나 <서편제>에서 나오는 음악 중 하나를 들려주시면 고맙습니다.
이정보가 죽고 심용의 후원으로 음악을 계속 이어가던 계섬이 평양감사 회갑연으로 원정공연을 갈 때 불렀던 노래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합니다. 이정보나 심용과 같이 한양(서울)을 기반으로 한 사대부의 후원을 받아 노래를 하였던 터라 아마도 경기민요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두 번째 신청곡은 국가무형문화재 57호인 경기민요 명예보유자 이윤란 선생님 혹은 이춘희 선생님의 음원 중 하나로 들려주시면 고맙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여성 음악가 계섬처럼 조선시대에도 출중하였던 “춤꾼” 혹은 여성 무용가가 있었을텐데, 그런 이름은 듣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소리는 계보를 쫓아 전승되고 이를 집대성하였던 시기가 있었지만, 한국무용은 주로 군무였고 독무로 정리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항상 한국 최초의 현대무용가는 항상 최승희부터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가 춘 춤이 한국무용은 아니었던 것 같고요. 혹시 조선시대 무용가 중에 계섬처럼 알려진 무용가가 있었을까요?
고맙습니다.
마들재에 사는 서생 한준섭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