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마지막 무동 김천흥 선생님은 열네살이었던 1923년 어느 날 순종황제의 오순탄신연(五旬誕辰燕)에서 그의 생애 ‘첫 공연’을 하였습니다. 오늘날 무용가로서 “등단(=데뷔)”을 한 셈이지요. 이 날은 순종황제가 오순이 되는 생일잔치(보통 41세에 열리는 “망 오순 진찬연”이 아니라 “오순탄신연”이기에 50세 생일이겠지요?)이고 가례(嘉禮: 아름다울 가+예절/의식 예)였기에 길례(吉禮: 길할 길+예절 예)인 종묘제례에서 추는 ‘일무(佾舞: 춤 일+춤출 무)’를 추진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도 춘앵전이나 처용무 등이 주요 래퍼토리였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김천흥 선생님은 일제강점기에 아악수장까지 승진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해방이 되고 나서도 선생님은 꾸준히 궁중무용을 전승해오시고 공연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선생님이 오순을 넘기고 쉰다섯이 되던 해인 1964년에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 및 일무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종묘제례악을 들을 수 있고, 종묘제례에서 무동들이 주로 추던 춤인 일무를 볼 수 있는 것은 김천흥 선생님의 온고지신의 정신과 실천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주에는 서울시무용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일무(佾舞)’를 공연한다고 합니다. 서울시무용단 정혜진 단장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구호 등의 문화예술인의 이름이 나오지만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사람은 현대 무용가 ‘김재덕’이라는 예술인입니다. 무용가이면서 안무가인 김재덕 대표가 이번에는 음악까지 직접 만들었다고 합니다. 종묘제례악을 총 15개의 악기(축, 박, 절고, 노래, 대금, 장구, 좌고, 아쟁, 어, 피리, 해금, 방향, 편경, 편종)에 특이하게 콘트라베이스를 추가해서 연주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일무 중 가장 큰 규모인 64명이 추는 군무로 서울시무용단 단원들로 가득 채워서 큰 무대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온고지신을 넘어서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무대가 될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저는 이번 일요일 마지막 무대를 보려고 합니다.
김천흥 선생님이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일무를 전승하였다면 김재덕 안무가는 법고창신의 정신으로 일무를 재해석하여 계승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신청곡은 종묘제례악 중 한 곡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종묘제례악은 국악산책에서 자주 들었지요? 오늘은 자주 들을 수 있는 음원이 아닌 조금 희귀한 음원이면 좀 더 좋겠습니다. 언제나 고맙습니다.
마들재에 사는 서생 한준섭 올림.